커플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만남에 종종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대부분인데, 뜻밖의 만남으로 재혼에 성공하신 여성회원의 일이 생각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미팅을 주선하느라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여성회원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이었습니다. 미국에 어린 시절 건너오신 분이었는데 애교 넘치고 사근사근한 성격의 귀여운 여성회원이었습니다. 전남편과 성격차이로 이혼을 겪으셨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셨고 본인의 일에 열정을 다할 만큼 자신감 넘쳐 보였습니다. 가끔 만나면서 커피 한잔을 하는 사이가 됐는데 괜찮은 남성회원을 소개시켜 드려도 인연이 아니었는지 번번히 어긋났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번 남성회원분과 미팅을 잡아 드렸습니다. 외모도 준수하시고 안정적인 경제력을 지닌 분이셨는데 미국에 이민오신지는 얼마 안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정을 잡고 두분이 만나던 날 두사람은 서로를 보고 순간 놀랐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한 고향에서 같이 발가벗고 놀만큼 친한 동네 오빠 동생 사이라는 겁니다. 우연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난 인연에 두분 다 무척 반가워 하셨습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먼 타국에서 혼자된 두분이 만난 것도 분명 흔치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저는 여성분께 적극적으로 다가가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여성분도 오랜만에 만난 고향사람인데다가 남자로서 싫지는 않으셨는지 첫 만남 이후로 두분은 틈나는 대로 데이트를 가지셨습니다. ‘오빠 동생에서 여보 당신 사이가 될 수 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남성분도 여성분과 함께 있을 때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면서 여성분은 물론 저까지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여성회원과 남성회원 두분 다 이번에는 제대로 만나신 것 같았습니다. 남성분께서는 건축업을 하고 계셨고 여성분은 아파트 임대업을 하고 계셨으니 직업 면에서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두 분께서 좋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결혼식을 올릴 테니 참석해 달라고요. 당연히 ‘네’라는 대답을 하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두분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셔서 만나 볼 수 없지만 항상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멀리 사시지만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