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봄날 한 가녀린 여인이 상담실로 찾아왔다. 여성적인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차분하고 신중한 듯 했다. 전 배우자와의 결혼생활, 재혼을 결심하게 된 동기, 만나고 싶은 이상형 등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한 번의 아픔을 겪은 만큼 재혼하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여성 회원은 기대 반, 걱정 반의 목소리로 "이번에는 정말 저의 평생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좋은 인연을 만나 좋은 만남을 갖고,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커플매니저와 회원간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제가 최선을 다해 회원님에게 꼭 맞는 남성을 소개해드릴게요. 저만 믿으세요"라는 커플매니저의 말에 여성 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처음 한 두 번은 여성 회원이 만나고 싶다는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남성 위주로 만남을 주선했다. 하지만 미팅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상형의 조건에는 맞지만 어쩐지 취향도 다르고 대화도 안통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때야말로 커플매니저가 '오감'을 발휘할 때이다.
여성 회원이 제시한 객관적인 조건에는 조금 벗어나지만 '이 분이라면 정말 잘 맞겠다' 싶은 남성이 있어 만남을 주선했다. "회원님이 말씀 하신 이상형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회원님과 정말 잘 어울리는 남성분이 있습니다. 저를 믿고 한번 만나보세요."라고 얘기하자 처음에는 약간 주저하는 듯 했다. "두 분의 성격이나 취향이 너무 잘 맞으실 것 같아요. 저를 믿고 한 번 만나보세요."라고 재차 설득하자 여성 회원은 "그럼 커플매니저님만 믿고 한번 만나 보겠다"고 했다.
만남 후, 여성 회원은 "그리 강한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고 편안해서 좋았다"며 "더 만나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남성 회원 또한 "여성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계속 좋은 만남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교제를 시작한 지 4개월 후, 사전 예고도 없이 두 분이 담당 커플매니저를 찾아왔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소중한 인연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며 예쁜 레이스가 달린 청첩장을 내밀었다. 여성 회원은 "솔직히 처음 이곳에 가입을 하고서도 정말 내 반쪽을 만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죠. '나만 믿으라'는 커플매니저님 말만 믿었더니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네요"하며 수줍게 웃었다.
두 손 꼭 잡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두 분을 보니 '커플매니저로서의 보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새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