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남을 위한 좋은 인연이란 게 있다고들 합니다. 지난 초겨울 11월 말에 어렵게 회사를 방문했던 지방에 사시는 여성회원님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존재의 여부가 불확실한 ‘인연’이란 형이상학적인 상념에 빠져들곤 합니다.
지방에 사시는 탓에 미팅도 자유롭지 못하셨던 이OO 여성회원님은 첫 번째 미팅과 두 번째 미팅을 모두 서울에서 진행하신 탓에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세 번째만은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미팅을 갖고 싶다고 하여 남성회원님께 양해를 구해 내려가시도록 부탁 드렸습니다. 토요휴무일을 틈타 토요일 오후에 전주까지 차를 몰고 여행 겸 다녀오시겠다는 남성회원님이 그저 고맙게만 느껴졌습니다.
미팅 후 월요일 전화통화에서 남성회원님은 전주까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고, 가면서 내내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설레기까지 했다며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후에 이루어진 미팅은 두 사람을 좀 더 감성적으로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어 두 분 모두 몇 년 만에 참으로 가슴 떨리는 주말을 보내셨다고 하며 계속 교제를 나누시겠다는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나는 두 분의 사랑의 시작을 축복해 주었습니다.
긴긴 겨울이 끝나고 벚꽃이 흐드러진 어느 날, 여성회원님이 점심식사를 하자며 전화를 해왔습니다. 밝은 목소리에 저는 가벼운 맘으로 회사 앞 음식점으로 향했고, 조금 후 저는 팔짱을 낀 채 커다란 미소를 머금고 서 있는 멋진 두 남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시종일관 둘은 서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처럼 눈빛이 닿을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곤 하였습니다.
식사 후 자리를 옮긴 커피숍에서 둘은 말없이 카드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두번째 결혼이라 조촐하게 지인들만 모신다며 쑥스러워 하였습니다. 저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주위는 아랑곳 없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고,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커피숍을 나와 목련이 활짝 핀 길을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걸어가며 뒤를 흘깃흘깃 보며 손 흔들어 주는 두 사람이 마치 엽서 속의 한 장면처럼 잊혀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