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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피증 여성의 초스피드 결혼기
2006-05-22
'결혼은…하기 싫어요!’ 김OO 여성회원님과의 대화는 매우 부정적인 말로 시작되었다. 무척 여성스럽고 애교가 넘쳐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참 괜찮은 분이었는데……. 더구나 30대 초반의 여성이 한 말치곤 의외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20대 초반에 장남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시부모까지 모신, 정말 겉보기와 달리 보통 또래와 다른 결혼생활을 한 여성이었다. 
그냥 겉모습으로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한창 재미있게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여성의 분위기를 풍겼다. 외모가 모델처럼 예뻤기에 더욱 그랬다.
‘너무 예뻐서 모델 같다’고 하자 역시 예전에 모델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특별히 공부에 관심이 없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모델로 일하던 중 만난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그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 하고 살림 예쁘게 꾸미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성격 좋고 집안 좋은, 아니 부유한 집안의 남자에게 끌렸다. 남자의 성격은 자상하고 따뜻했다. 
친구들이 한창 대학에 다닐 때 그녀는 결혼을 선택했지만 행복했고, 친구들의 부러움도 받았다. 남편은 강남 지역에서 꽤 유명한 집안의 아들이었고, 돈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을 해서 그런지 성격이 부드러운 편이었다. 시부모도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러나 문제는 남편이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 같다는 거였다. IMF 이후 탄탄대로던 시부모의 사업체가 흔들리자 집안에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했다. 남편은 손 놓고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여성은 남편의 무능함에 지쳐갔다.

여성은 전남편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집안경제력에 의존해 사는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매우 큰 상태였다. 그래서 커플매니저에게 ‘그냥 좋은 분 만나서 교제만 하고 싶어요. 결혼은 싫어요’라고 말했던 거였다. 워낙 세상물정 모르고 가정일에 매여 산 듯해 서두르지 말고 편안하게 만남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본격적으로 미팅활동을 진행하기 전에 여성 회원님을 리메리스튜디오에 초청했다. 같은 날 커플매니저와의 인터뷰, 사진과 서류제출까지 마친 박OO 남성고객님. 그 남성에게 바즐 참석을 권했다. 남성은 몇 분의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 특별한 느낌이 없으셨는지 일어서려고 했다. 그 찰나 그 분에게 여성회원님의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씀 드렸다. 여성이 리메리스튜디오를 마치고 나오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사정을 얘기하자 남성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1시간 후 여성이 나왔다. 여성이 커플이 되지 않은 것이 그날 따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만남을 주선했고, 두 분은 긴시간 대화를 나누셨다. 

며칠 후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여성 회원님께 전화를 하니 우선 그 남성고객님과 계속 만나보겠다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로 몇 번 통화만 했는데, 그 사이 두 분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인터뷰 당시 많은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던 바람과 달리 여성은 꾸준히 그 남성과 만남을 지속하셨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여성 회원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매니저님. 저 결혼하기로 결정했어요!”
깜짝 놀라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몇 달간 꾸준히 지켜본 결과 ‘정말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루에 두세번 만남을 가질 정도로 둘은 서로를 알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졌고, 솔직한 여성과 듬직한 남성은 서로 터놓고 거짓없이 편안한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그 사이 두 분은 시부모와 아이와의 만남, 집 방문, 직장동료와 친구들과의 만남 등을 가지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당당히 연인 사이임을 발표했다. 

간혹 결혼에 부정적인 분들이 본인의 짝을 만나면 오히려 바로 결혼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넌지시 물어보았다.
“어? 분명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대답 대신 크게 웃는 여성 회원님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 했다. 

남성 회원님은 얼마 후 분당으로 두 분의 신혼집을 정하셨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제대로 인연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아직도 입이 귀에 걸린 남성 고객님의 밝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인연은 어디서 왔든 어느 곳이든 어떤 사연이든 만나질 때는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인가 보다. 내 마음을 열고 나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다른 분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한걸음 앞으로 나오시면 어떠실지……. 내 짝을 찾으러 말이다. 
 
칸트는 말했다. ‘행복의 원칙은 어떤 일을 하는 것,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이 말은 누군가와 열심히 사랑하며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하라는 건 아닐까 싶다. 
누군가 이런 말도 했다. ‘세월은 오는 것이 아니고 가는 것이다’ 오늘도 가고 있는 시 간속에서 사랑하며 보내기에도 아까운 이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사랑하며 보내라고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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